퇴직연금 DB형과 DC형의 차이 및 IRP 이전 시 유의사항

입사할 때 인사팀에서 "퇴직연금 DB형으로 하실래요, DC형으로 하실래요"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냥 회사가 정해준 대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선택 하나가 나중에 받는 퇴직금 액수를 수천만 원 단위로 바꿔놓기도 합니다. 게다가 퇴사할 때 퇴직금이 IRP 계좌로 들어오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세금도 크게 달라져요. 오늘은 이 두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DB형과 DC형, 돈이 쌓이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내 퇴직금을 회사가 굴리느냐, 내가 굴리느냐의 차이예요.

항목 DB형(확정급여형) DC형(확정기여형)
받는 금액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 × 근속연수 매년 쌓인 납입금 + 운용 성과
운용 주체 회사 근로자 본인
손익 부담 회사가 짊어짐 본인이 짊어짐
추가 납입 불가 가능(세액공제 대상)

DB형은 마지막 월급이 기준이라 계산이 단순합니다. 반대로 DC형은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내 계좌에 넣어주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예금에 넣든 펀드에 넣든 알아서 굴리는 방식이에요. 잘 굴리면 더 받고, 손실이 나면 그만큼 줄어듭니다.

2. 나한테 유리한 쪽은 어디일까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내 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빠른가, 아니면 내가 굴려서 내는 수익률이 더 높은가.

  • DB형이 나은 경우 호봉제라 매년 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한 회사에 오래 다닐 계획이며, 투자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분
  • DC형이 나은 경우 임금 상승이 완만하거나 성과급 비중이 크고, 이직이 잦으며, 직접 운용할 의향이 있는 분

여기서 놓치면 손해가 큰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예요. 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이 기준인데,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 그 시점부터 월급이 깎입니다. 근속연수는 늘었는데 곱하는 숫자가 줄어드니 퇴직금 총액이 오히려 감소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임금피크제 진입이 예정돼 있다면 그 전에 DC형으로 전환하는 걸 검토하는 게 좋습니다. DC형으로 바꾸면 그때까지 높았던 임금 기준으로 적립금이 확정되니까요. 다만 한번 DC형으로 바꾸면 DB형으로 되돌아갈 수 없으니, 인사팀에 예상 금액을 두 가지로 뽑아 달라고 요청해서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3. 퇴사하면 왜 IRP로 옮겨야 할까

퇴사하면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개인형 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선택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의무예요. 그래서 퇴사 처리할 때 IRP 계좌번호를 적어내라고 하는 겁니다. 다만 다음 경우에는 IRP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 55세 이후에 퇴직하는 경우
  • 퇴직급여가 300만 원 이하인 경우
  •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 외국인 근로자가 퇴직 후 출국하는 경우
  • 급여를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는 경우(상환 금액 한도 내)

번거로워 보이지만 이 절차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IRP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당장 떼지 않고 나중으로 미뤄주거든요. 세금으로 나갔을 돈까지 계좌에 남아서 계속 굴러가니, 시간이 길수록 차이가 벌어집니다.

4. 일시금과 연금, 세금 차이가 큽니다

퇴직금이 IRP에 들어온 다음이 진짜 갈림길입니다. 계좌를 해지해서 한 번에 받을지,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을지에 따라 내는 세금이 달라져요.

  • 일시금 수령 미뤄뒀던 퇴직소득세를 전액 냅니다. 자발적으로 넣었던 납입금과 운용수익에는 기타소득세 16.5%가 붙습니다.
  • 연금 수령(10년 이하) 퇴직소득세를 30% 깎아줍니다.
  • 연금 수령(10년 초과분) 11년째부터는 40%까지 감면됩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됩니다. 퇴직소득세가 1,000만 원 나올 상황이라면, 10년 이상 연금으로 받을 때 700만 원만 내면 됩니다. 300만 원이 그대로 남는 셈이죠. 여기에 운용수익에 붙는 세금도 기타소득세 16.5%가 아니라 연금소득세 3.3~5.5%로 낮아집니다.

한 가지 꼭 기억하실 게 있습니다. 퇴직금이 들어온 IRP 계좌와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매달 넣는 IRP 계좌는 따로 만드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계좌에 섞어두면 나중에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계좌를 통째로 해지해야 하고, 그 순간 미뤄뒀던 퇴직소득세까지 한꺼번에 나가게 되니까요.

5. 요약: 퇴사 전에 확인할 것들

  • 내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인사팀이나 퇴직연금 사업자 앱에서 확인
  • 임금피크제가 예정돼 있다면 진입 전에 DC형 전환 여부 검토
  • 퇴사 통보 전에 IRP 계좌를 미리 개설해 두기
  • 퇴직금용 IRP와 세액공제용 IRP를 분리해서 운영
  • 당장 쓸 계획이 없다면 55세 이후 연금 수령으로 방향 잡기

인사이트 및 제언

퇴직연금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DC형 계좌를 만들어 놓고 몇 년째 방치하는 겁니다. 상품을 지정하지 않으면 대기성 예금에 그대로 머물러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만 붙습니다. 회사가 매년 넣어주는 돈이 그냥 잠들어 있는 셈이죠. 1년에 한 번이라도 앱에 들어가서 운용 상품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퇴직금이 통장에 찍히는 순간의 유혹이 생각보다 큽니다. 목돈이 들어오면 대출을 갚고 싶고, 어딘가에 투자하고 싶어지죠. 하지만 이 돈은 지금의 나보다 20년 뒤의 내가 훨씬 더 필요로 하는 자금입니다. 급한 용처가 없다면 IRP에 그대로 두고 굴리는 선택이 결과적으로 가장 많이 남습니다. 금융가이드24는 앞으로도 결정 직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을 짚어드리겠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금융상품의 가입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퇴직연금 제도 전환과 세금 계산은 개인의 근속 기간과 임금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결정 전에는 회사 인사팀이나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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